-
트랜스젠더 숙대 입학 포기브라더가 전하는 NEWS 2020. 2. 8. 21:33
트랜스젠더 A 씨가 결국 숙대 입학을 포기했습니다. 며칠 전 본 첫 뉴스는 '트랜스젠더인 A 씨 숙대 입학'이었습니다. 당시 뉴스에서 A 씨는 "왜 자기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이게 뉴스가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는데요. 그렇죠. 이상할 게 없는 거죠. 학생이 시험을 쳐서 대학에 합격한 일반적인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우리 사회는 이 뉴스를 어딘가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바로 합격한 사람이 누구냐는 거죠. 직접적으로 말해 여대에 입학하는 학생이 정말 여자인지 하는 거죠.
"같이 있으면 즐겁고 행복해요"
필리핀에서 7년 정도 생활했습니다. 휴대폰 매장부터 식당까지 운영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처음 필리핀에 갔을 때 빠끌라(트랜스젠더)와 톰보이(여자이지만 남자처럼 살기 원하는 사람)가 많아서 정말 놀랐습니다. 특히 더욱 놀란 건 그들이 사회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었죠. 당시 운영하던 식당에 자주 놀러 오던 고등학생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중에 한 친구가 빠끌라였죠. 항상 밝고 친구들을 즐겁게 해 주는 그런 친구로 기억을 합니다. 이 친구들은 음식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항상 같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가끔 그 노래가 너무 좋아 공짜로 메로나 아이스크림도 주곤 했죠. 어느 날 무리들 중에서 한 여학생에게 물어봤어요. "빠끌라 친구랑 같이 다니는 게 불편하지 않냐", "빠끌라 친구를 정말 여자로 생각하느냐" 이렇게요. 지금 생각해보면 좀 어이없는 질문 같네요. 특히 그들의 시선으로 볼 때 말이죠. 여학생은 "같이 다니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워요. 육체적으로는 완벽한 여자는 아니지만 영혼은 저희와 같은걸요. 근데 왜요? 한국은 빠끌라 없어요?" 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어요. 그냥 질문 자체를 괜히 한 거 같은 죄책감 때문에요. "한국도 있지. 하지만 여기처럼 볼 수 있거나 특히 만나기는 힘들다. 그러다 보니 그들과 지낼 수 있는 경험을 갖기가 쉽지 않다"라고 답했습니다. 여학생은 웃으면서 "그래요? 왜 그러지? 그냥 똑같은 사람인데" 하고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빠끌라 학생은 자신을 있는 그래도 바라봐주는 친구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그 행복은 친구들에게 즐거움으로 전달됩니다. 그러니 이들은 같이 있을 때 행복할 수 밖에 없는 거죠.
아이들의 얼굴이 너무 행복해 보이지 않나요? 아직 우리사회는 이런 행복한 관계 맺기를 허락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A씨는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무자비한 혐오가 두렵다"고 말했는데요. 우리는 왜 그들에게 이러한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요? 사람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죠. 여기에다 잘못 된 정보가 더해지면 이는 혐오로 바뀌게 됩니다. 에를들어 우리가 이슬람을 믿는 살람들을 생각할 때 갖는 그런 느낌이 비슷하지 않을 까요? 이슬람하면 테러가 떠오르고 뉴스에서 듣거나 보았던 안좋은 이야기들이 생각나죠. 하지만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이 한 종교를 믿고 사는 인간입니다. 그 들중에 잘못된 길을 선택해 극단적으로 나아가는 사람들로 인해서 우리는 그렇게 생각을 하는거죠. 이처럼 경험이 배재 된 채 생산하는 저런 두려움이나 혐오는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 될 때 배가 됩니다. 여기서 경험은 아무래도 그들을 만나거나 나아가 그들과 관계를 맺는 일 일텐데요. 한국사회에서 성 소수자들이나 이슬람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이 쉽지 않죠. 즉 아직 우리 사회가 다양성에 대해서 조금은 보수적이라는 이야기겠죠. 사회는 공동의 주체가 공동의 선을 위해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와 조금은 다른 사람들 또한 우리는 품어야 할테고요.
경험한 바로는 필리핀에서 성 소수자들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없었습니다. 그들 때문에, 그들이라서, 무언가 만들어내는 특별한 문제는 없었어요. 지금 우리가 우려하는 어떠한 문제처럼 말이죠. 소수자니 다수자니 이런 구분 자체가 잘못된거죠. 그냥 같은 인간으로서 그들을 대하고 그러면서 우리가 공동의 사회를 만들어 나가면 되니까요. 마지막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A씨에게 용기 잃지 말고 자신의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리고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써 미안한 마음과 함께요. A씨가 제가 만난 빠끌라 학생 처럼 행복하고 즐겁게 살 수 있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까요?
#트랜스젠더 #숙대 #성소수자 #빠끌라
'브라더가 전하는 NEW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녕에 이어 수원 어린이집 아동학대 (0) 2020.06.12 9살 아동학대 어린이 "큰아빠네 갈래요" (0) 2020.06.11 목동 한의사 부부 비극 소식을 듣고 (8) 2020.02.14 구혜선 “내생에 이혼은 없다” (7) 2020.02.06 의붓아들 폭행 사건을 보고 (6) 2019.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