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혼자라고 느낄 때, 외로움
    브라더 책상/에세이 2020. 7. 2. 00:27

     나이가 들수록 외롭다는 말은 누가 했을까. 이해하지 못했던 이 말이 점점 가슴에 와 닿는다. 외롭다.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해본다. 이 외로움은 어떤 것일까. 혼자 살지도 않는데 왜 외로울까. 너무 착한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운 병아리들도 있는데 말이다. 지금 느끼고 있는 외로움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너무 외롭다. 

     

     

     

     

     사양이 현저히 떨어지는 오래 된 컴퓨터처럼 뇌 속의 모든 기억과 정보들 생각들이 버벅거린다. 버퍼링이 심하게 걸리면서 어느 순간 작동이 멈춰버린다. 기다려보지만 소용없다. 그렇게 뇌 속의 전원을 꺼버린다. 그러나 뇌는 컴퓨터처럼 전원을 끈다고 작동이 멈추지 않는다. 숨을 쉬고 있는 아니 생명이 붙어 있는 한 완벽하게 전원을 끌 수 없다. 잠을 자도 마찬가지다. 어지러운 뇌는 꿈속에서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낸다. 걱정하던 것, 슬퍼했던 것,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 미리보기로 보여준다. 그 찰나의 순간에 놀라 잠에서 깬다. 다시 어지럽다. 외롭다. 머릿속은 온갖 잡념으로 난장판이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떠나버린 방처럼 정신이 없다. 장난감이 원래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는 것처럼 생각과 잡념이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뇌는 그렇게 많은 양의 정보를 매일매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정보를 출력하라고 강요한다. 출력이라. 어떻게 이 정보를 출력해야할까. 말이다. 아니 대화라고 하는 것이 더 좋겠다. 생각과 감정을 출력하는 대화를 하지 않은지 오래됐다. 언제가부터 출력은 하지 않고 저장만 하고 있는 것이다. 출력을 해야 하는데 프린터가 없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공감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야 하지만 지금 그런 프린터는 없다. 갖고 싶다. 그래서 꼭 출력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지고 저장되는 생각들을. 가족이 프린터가 돼주면 좋으련만 그렇게 할 수 없다. 나 자신이 가족의 프린터이기 때문이다. 프린터 잉크와 종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항상 주의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가족과의 관계에서 해야만 하는 일이다. 

     

     

     

     

     고독과 외로움, 혼자 있는 것이 한 때는 멋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외롭지 않았다. 내 생각과 감정을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힘든 순간에도 그랬다. 참았고 견뎠다. 그러다 보니 프린터를 옆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 때로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나는 익숙하지 않았다. 어울리지 않았다. '너 답지 않게 왜 그래'라고 말하는 상대방에 말에 다시 정신을 차리기 일쑤였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나 다운 게 뭔지. 그것이 무엇이었길래 지금 이렇게 외로운지. 사람이 그립다. 가만히 앞에 앉아 나의 눈을 보며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새로운 이성에 대한 갈망이 아니라 그냥 너무 순수한 아이처럼 누군가 내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그립다. 이 사람은 누구니까 안되고 저 사람은 뭐라 안되고 이런 거 없이 그냥 내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숟가락을 편하게 들 수 없듯이 힘들지만 노력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켜고 전화번호부를 훑어본다. 아무도 눈에 탁 하고 걸리지 않는다. 카카오톡을 열어 밑으로 쫙 내려보지만 역시나 없다. 다시 외롭다. 만약 새로운 누군가와 인간관계를 맺게 된다면 꼭 도전해보고 싶다. 지금처럼 외롭고 힘들 때 그냥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고 싶다. 결국 노트북을 꺼내 블로그를 열었다. 블로그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단 하나의 프린터다. 그래도 다행이다. 블로그라도 있으니 말이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