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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패하고 용기를 잃어버린 아빠에게
    브라더 책상/에세이 2020. 2. 15. 23:21

    “힘들죠? 죽을 거 같죠? 뭘 해야 할지 막막하죠?”

    저도 그랬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로서, 사랑하는 여자의 한 남편으로서, 제가 가지고 있던 모든 걸 잃어버리고 나니 막막했습니다.

    “이번만 버티면 잘 될거야. 그러니 한 번만 더 도와줘.” 이렇게 아내에게 또 대출을 권유했습니다. 보란듯이 성공하고 싶은 마음에 미친사람 처럼 열심히 했습니다. 돈을 벌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고,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 모든 바람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똑같은 이유로 다시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받은 충격은 컸고 두 아이를 볼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왜 나는 사업만 하면 안돼지?, 진짜 열심히 했는데... 운이 없나?’ 이렇게 집에서 하루하루 보냈습니다. 담배조차 사서 필 돈도 없었고 몸과 마음은 너무 무기력하게 변해 갔습니다. 줄을 당기지 않으면 축 늘어져있는 목각 줄인형처럼 말이죠. 갓 태어난 둘째의 분유를 걱정하는 아내의 볼멘 소리를 들을때 마다 두려웠습니다. 뭐가 두려웠냐고요? 그냥 세상 모든 것이 두려웠습니다.

    날이 너무 추웠던 겨울 어느 날, 집을 걸어가던길에 우연히 근처에 있던 인력사무실 간판을 보았습니다. 살면서 한번 도 해보지 않았던 노가다. 가게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인부를 부르고 참을 사줬던 나. 더운 날 물에 젖은 듯 땀을 흘리는 인부들을 안타깝게 생각했던 나. 그런제가 노가다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대로 무너지기 싫었고 다시 제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송장처럼 변해가는 제 육신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고 싶었습니다. 물 처럼 흐르는 땀으로 말이죠.

    집으로 돌아온 후 노가다와 관련한 정보를 유튜부와 네이버 블로그에서 찾아봤습니다. 작업복, 안전화 등이 필요했고 무엇보다 건설 안전교육증이 필요했습니다. 건설 안전교육을 위한 5만원을 지불하고 나니 주머니에 돈이 없었습니다. 장사를 하시는 어머니에게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그렇게 저는 어머니의 13만원을 빌려 안전화와 겨울 작업복을 샀습니다. “아니 며칠이나 한다고 이 돈을 써가면서 이런걸 사고그래. 돈 아깝게.” 어머니의 걱정과 안타까움이 깃든 한마디에 마음은 더 두려워졌습니다.

    ‘정말 할 수 있나? 며칠 하다가 그만두면 어떡하지? 새벽에일어날 수 있을까? 이런 생각과 걱정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잔뜩 들고온 보따리를 본 아내가 한 마디 합니다. “ 사람만 부려본 사람이 뭘 한다고. 오빠 진짜 괜찮겠어?” 그날 저녁 잠을 설치다 새벽 5시 반에 인력사무실 앞에 도착했습니다. 갈까 말까를 고민하면서 담배 3개비를 피웠습니다. 집에 가려고 횡단보도를 다시 건넜다가 오기를 반복하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용기를 잃어 버렸지? 이런 용기도 없이 한 가정을 지킬 수 있나? 그렇게 저는 인력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너무나도 추웠던 겨울 어느날은 제가 인생을 다시 배우고 위선과 욕망의 껍데기를 부수기 시작한 첫째 날이었습니다. 혹시 용기를 잃어버린 누군가의 아빠이자 남편이신가요? 지금 너무 힘드신가요? 내일이 두렵고 아침이 오는 것이 고통스러우신가요? 부딪혀보세요. 그냥 아무거나요. 자신을 둘러싼 껍데기를 부셔버리세요. 그리고 몸을 움직이세요. 물론 쉽지 않습니다. 고통스럽기도하고요. 그렇지만 용기 잃지 마세요. 믿고 의지하는 여러분의 가족이 있잖아요. 힘들지만 다시 한번 도전해보세요. 여러분의 삶이 다시 바뀔 수 있습니다. 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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