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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 권하는 사회
    브라더 책상/브라더 무슨 책 읽어요? 2020. 2. 13. 21:32

    매일매일 남편은 술을 먹습니다. 이를 견디다 못한 아내가 그 이유를 묻습니다. “왜 매일매일 술을 먹느냐”고. 남편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사회가 술을 권해서.” 암울했던 일제시대를 한잔 술로 달래는 지식인의 애환을 그린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의 내용입니다. ‘몹쓸 사회는 사람들을 취해 몹쓸 게 만든다’는 책 속의 표현처럼 몹쓸 사회가 권하는 술은 치명적입니다. 그리고 몹쓸 사회는 아직도 우리에게 술을 권하고 있죠.


    경기가 나쁠수록 소주 판매량은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인생의 고단함을 한잔 술로 달래는 것이죠. 그도 그럴 것이 술집에는 저마다의 이유로 술을 먹는 사람들로 넘칩니다. 졸업해도 취업 못하는 백수, 결혼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하는 20-30대 직장인, 연봉삭감으로 자식에게 학원을 그만두라고 말한 아버지,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파리 목숨의 비정규직 노동자, 갚아야 할 빚에 허덕이는 서민층의 채무자 등 열거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먹는 술은 치명적인 사회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알코올중독자가 급증하고, 연간 20조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교통사고의 50%는 음주운전이고, 범죄원인의 3분의 1은 술 때문이죠. 여기에다 술로 인한 가정의 황폐화, 빈곤 등 폐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아직도 우리에게 술을 권하고 우리는 그것을 뿌리치지 못한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술 이외에는 우리를 위로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살아갈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술 말고는 의지할 버팀목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 전 국민이 해당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적어도 800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백수, 자영업자, 중산층과 서민층의 국민들은 매일저녁 한잔 술에 하루하루를 기대며 살아갈지 모릅니다. 언제쯤 우리사회는 술을 권하지 않을까요. 적어도 경기가 회복되고, 서민을 위한 튼튼한 복지정책이 만들어지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라지는 그날이 오면 사회는 더 이상 고통의 술을 권하지 않을까요?
    적당히 마시는 술은 몸에 좋다고 합니다.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노을을 보며 기분 좋게 마시는 술이라면 사람을 몹쓸 게 만들지는 않겠죠. 과음하지 않고 이처럼 삶의 낙으로 즐기며 마시는 술은 분명 우리의 삶을 더욱 더 즐겁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그래서죠. 삶이 고단하고 지쳐도 일단 과음은 우리 스스로 삼가야 합니다. 그리고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대한민국 사회가 몹쓸 안주가 아니라 먹어서 기분 좋은 안주로 술을 권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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